1990년대 대중음악 시장의 '마이더스의 손' 김창환 씨의 인터뷰다. 이제는 폐간한 하우PC라는 컴퓨터 관련 잡지에서 1997년 4월에 행한 인터뷰다.(원 링크는 http://www.howpc.com/howpc/article/199704/05.htm 였음) 김창환 씨가 어떻게 컴퓨터 음악에 몰두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담겨져 있어 공유한다. 저작권에 관해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geek@80snet.com 으로 연락주시길. 또는 여기 댓글에 의견 남겨주시길.
대중음반계 '마이더스의 손' 김창환 .... 신승훈, 김건모, 박미경, 클론, 노이즈 등 손만 대면 스타로 만들어버리는 천부적인 능력으로 90년대 우리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음반 프로듀서 김창환. 그의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익히 알려진 베일 속의 스타가 바로 그이다(옛날 이야기지만). 다운타운의 무명 DJ에서 빅 스타 메이커로 변신한 그는 이른바 한국 가요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릴만큼 국내 가요사에 길이 남을 기록들을 연거푸 만들어냈다. 신승훈을 필두로 대중음반 시장을 밀리언 셀러의 대열로 끌어올렸고 김건모에 이르러서는 2백80만장이란 전무후무한 음반 판매량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지휘한 음반들 16장의 총 판매량은 무려 1천5백만장. 한 가정에 적어도 한 장씩은 김창환의 음반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다. 음반업계의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성공의 비결에 대해 유행의 흐름을 읽는 동물적인 흥행 감각과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안목을 첫번째로 꼽는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대중의 구미를 찾아 신속하게 음악에 반영하는 작업들이 과연 그런 능력만으로 가능했을까란 질문에 부딪히면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답은 바로 그의 사무실에 있었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전문 음악 편집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매킨토시 컴퓨터와 미디 키보드, 그리고 IBM 컴퓨터와 연결된 디지털 레코딩 콘솔로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혼자서 대자본의 대기업 음반사들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숨은 무기였다.
이쯤 되면 컴퓨터 음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김창환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컴퓨터 음악이 아니었다면 그가 사용했던 다양한 악기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전에 구사해보지 못한 새로운 리듬을 실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가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대중의 구미에 맞는 신선한 음악을 만들어내 유행을 리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는 DJ시절부터 외국의 앞선 음악들을 많이 접하면서 그들이 사용한 컴퓨터 음악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많은 세션을 동원해서 연습을 해야 하는 어려움, 그에 따르는 비용, 제한된 악기 등 이 모든 불편함을 일거에 해결하고 원하는 소리, 원하는 리듬을 마음대로 혼자서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소리까지 사용해 볼 수 있는 컴퓨터 음악의 ‘전지전능함’에 반한 것이다.
언젠가는 컴퓨터 음악으로 외국의 음악보다 더 앞서가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그는 80년대 초부터 컴퓨터 음악을 본격 준비하기 시작했고, 90년 음반PD의 길로 정식 입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컴퓨터 음악을 도입했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음악의 문을 연 컴퓨터 음악 1세대인 셈이다. 요즘 나오는 음악치고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은 음악을 찾기는 힘들며, 컴퓨터 처리 성능이 향상되면서 어쿠스틱 음악과 컴퓨터 음악의 구분이 모호해져버렸다. 컴퓨터의 뛰어난 모방 능력은 실제 악기 소리를 감쪽같이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하드 레코딩이란 디지털 녹음 방법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스튜디오에서나 가능한 녹음작업까지 컴퓨터에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 음악은 디지털의 장점을 그대로 발휘해 리얼 연주를 할 수 없는 사람도 워드프로세서로 문서를 만들 듯이 악보를 입력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원맨밴드’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컴퓨터가 창조하는 음악의 세계는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 공간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열린 세상이다. 이런 연유로 김창환 씨는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은 컴퓨터 음악의 세계로 뛰어들라”고 말한다.
- 컴퓨터 음악과의 첫인연은?
오래 전에 영국의 듀란듀란이란 그룹이 뉴웨이브란 음악을 내놓았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첫 대면에 운명같은 강한 전율이 느껴졌고, 그 때부터 컴퓨터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독학이었다. 컴퓨터 음악을 가르쳐 줄 학교도 없고 선배도 없는 컴퓨터 음악의 황무지 시대였으므로 외국의 관련 서적들을 뒤적거리며 수없이 손으로 두들겨보는 수밖에 없었다.
- 컴퓨터를 언제부터 음악에 활용하기 시작했나?
음악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90년도부터 컴퓨터를 활용했는데, 국내에서는 첫 시도였다. 전자악기간의 음악정보 교환규약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미디(MIDI,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규약이 처음 정해진 것이 80년대 초이고 이 때부터 해외에서는 컴퓨터가 음악에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10년 정도 늦게 보급되기 시작한 셈이다.
- 컴퓨터가 음악에 도입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컴퓨터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사람이 각각 피아노, 섹스폰 등 악기를 직접 연주해야 했지만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컴퓨터가 모든 악기들을 연주하고 통제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컴퓨터를 이용해 혼자서 실연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 컴퓨터 음악이 도입되기 전에도 신시사이저란 것이 있지 않았나?
물론 전자합성음을 내는 신시사이저가 있었지만 아날로그 방식이라서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아주 소수만이 신시사이저를 다룰 수 있었다. 신시사이저는 실제 악기 소리를 샘플링한 음원을 사용하는 컴퓨터 음악의 개념과는 달리 여러 개의 소리 파형을 섞어 실제 악기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합성해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용량이 작아 모든 음악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정한 비트를 요구하는 댄스 음악의 경우 정확한 비트를 유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드럼 머신과 연결해서 쓰는 정도였다.
- 컴퓨터 음악을 활용한 작품으로 처음 만든 것이 어떤 것들인가?
신승훈 1집에서 처음 사용했다. 모든 노래를 컴퓨터로 만들진 않았고 50:50 정도 어쿠스틱과 컴퓨터를 병행했는데, ‘날 울리지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돌아와 줘’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컴퓨터 음악이 도입되기 전인 90년도 당시만 해도 대중 음악을 위한 악기의 가지수는 턱없이 적어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수 없었다. 아날로그 악기의 경우는 한 개의 악기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한 악기에서 3백개 이상의 악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원하는 악기를 선택해서 동시에 연주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 컴퓨터 음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어느 음악에나 접목될 수 있는가?
장르에 따라 컴퓨터로 해야 더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 댄스 음악과 같이 박자가 정확해야 하는 음악은 솔직히 컴퓨터 음악이 사람이 하는 연주보다 맛이 난다. 그러나 지금도 메탈이나 록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며 스윙적인 느낌을 살려야하는 재즈도 컴퓨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 흑인음악, R&B나 댄스 뮤직, 유로 댄스는 거의 컴퓨터에 의존하는 편이다.
- 컴퓨터를 이용해 음악을 만들 때 구체적으로 어떤 기종을 사용하나?
처음엔 아타리 컴퓨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매킨토시를 사용한다. IBM 컴퓨터도 많이 사용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매킨토시를 사용한다. 구체적으로는 매킨토시에 미디 악기를 연결하고 직접 연주를 해서 악보를 만들거나 편집 프로그램으로 악보를 입력해서 음악을 만든다. 어떤 이들은 컴퓨터를 배우면 모든 악기 연주도 컴퓨터가 다 해주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컴퓨터는 단지 통제해 주는 기능을 할 뿐이다. 음악이 우선인 상태에서 컴퓨터가 툴로서 사용될 뿐이란 얘기다. 따라서 컴퓨터 음악의 제맛을 느낄 수 있으려면 악기를 한 가지 정도를 다루는 것이 좋다. 나는 주로 기타를 연주한다.
-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하는 미디 악기에는 어떤 것이 있나?
회사마다 다양한데 특히 롤랜드, 코르그, 야마하 제품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대부분 일본 악기들이 주종을 이룬다. 우리나라 미디 악기 중엔 유일하게 영창의 커즈와일이란 제품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일본 제품들을 따돌리고 있다. 롤랜드는 맑고 고운 소리, 코르그는 중후한 소리 등 제품마다 악기 소리별로 음색 차이가 있어서 전문가들은 대개 자기가 좋아하는 음색을 가진 악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 국내에 컴퓨터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있는가?
학원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학의 정식 학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고대 부총장 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왜 고대에 전문 음악학교를 만들지 않느냐는 푸념 섞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부총장께서는 차츰 국내 대학에서도 대중음악 관련 학과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기 시작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내에 대학에 정식 학과가 신설될 것으로 본다고 말씀한 기억이 난다.
- 일본 같은 경우는 미디 잡지 등 컴퓨터 음악에 참고할 만 한 서적들이 많은 것 같던데?
컴퓨터 음악에서 현재 일본은 상당히 앞서 있다. 학원도 많고 전문 서적도 많은 편이다. 일본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 음악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전문가들도 손꼽을 정도로 소수이며 참고 서적도 음악 편집 프로그램의 매뉴얼 북 수준의 책이 몇 종 나와 있을 뿐이다. 한 앙케트 조사의 결과를 보면 요즘 중고생들의 관심테마 1위가 음악이라고 나타난 것을 본 적이 있다. 과거에는 대중에게 있어 음악이란 단지 듣고 즐기는 수동적인 문화였는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음악을 즐기는 경향이 짙다. 이런 현실에서 마땅한 교육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컴퓨터 음악의 초보자로서 자기 음악을 만들어 보려는 사람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기존에 나와 있는 곡을 중심으로 충분히 연습해 보는 것이 좋다. 공개된 미디 음악 파일을 구해 음악 편집 프로그램을 갖고 각 파트 별로 들어 보거나 바꿔 보면서 배워본다. 또 특정한 곡을 반복해서 들어본 다음 똑같이 만들어 보는 연습도 중요하다. 그러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도 느낄 수 있게 된다.
- 어떤 이들은 컴퓨터 음악이 너무 기계음이다, 인간적인 맛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런 얘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처음에 일렉트릭 기타가 나왔을 때 전기의 힘을 빌려서 기타의 소리를 낸다고 해서 굉장히 반발이 많았다. 그러나 일렉트릭 기타는 이미 전세계 음악 전체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점차 인간의 감성에 근접한 컴퓨터가 개발되고 있으니 이런 불만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본다.
-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음악을 추구하는 최근의 언플러그드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플러그드는 우리나라에서 잘못 인식됐다. 그것은 하나의 경향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음악의 장르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언플러그드는 플러그를 뽑았다는 얘긴데, 즉 컴퓨터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변화를 주기 위해 플러그를 빼고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서 생긴 말이다. 그러나 음악에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다. 요즘은 일반 PC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컴퓨터 음악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 그럼 컴퓨터 음악에는 단점이 없는가?
물론 있다. 표절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최대의 단점이다.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표절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절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컴퓨터 음악의 영향이 크다. 특히 외국에서 들여오는 샘플 CD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저작권 도용의 문제가 많이 야기된다.
- 끝으로 음반 PD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반 PD가 되려면 일단 음악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테크노에서 재즈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해야 된다. 그러려면 가리지 말고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창작을 못해도 음반PD가 될 수는 있다. 영화감독이 카메라를 잘 다루지 못해도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얘기다. 컴퓨터 음악에 관해 열심히 배워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보 휴지통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음악 장비 구입 가이드
컴퓨터 음악은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인도 적은 비용으로 컴퓨터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컴퓨터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비싼 전문가용 미디 장비들을 살 필요없이 미디 음원을 내장한 사운드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제이씨현의 사운드 블라스터 AWE32이상이나 훈테크의 사운드트랙97 PnP, 한솔전자의 시너비트32PnP가 모두 미디를 지원한다.
좀 더 좋은 소리의 음악을 원하는 사람은 롤랜드의 사운드캔바스 시리즈 외장 음원 중 하나를 사는 것이 좋다. SC55 모델의 경우 중고 시장에서 2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외장음원은 추가로 5-10만원대의 미디 인터페이스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음악 편집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케이크워크를 준비하면 된다. 오선지 입력이 익숙한 사람은 PC통신에서 셰어웨어인 노트워디(NoteWorthy)나 모짜르트(Mozart)를 구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 준비되면 음악 작곡, 편곡, 듣기 등 일단 기본적인 컴퓨터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건반 연주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여기서 리얼 연주나 리얼 음악 입력을 위해 미디 키보드(마스터 키보드)를 구입해야 한다. 초보자는 49건반 정도가 무난한데 국산 제품은 1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키모 사의 ‘KM-110’(가격 12만원)모델의 경우 보예트라 사의 유명한 미디 편집 프로그램 ‘미디 오케스트라 플러스’를 제공하고 단종되긴 했지만 LG전자의 ‘GMK-49’는 사용하기 편리하며 중고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단 컴퓨터와 미디 키보드를 연결하는 미디 케이블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미디 음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미디 교육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단기과정으로는 제이씨현의 블라스터 미디 스쿨이나 관련 전문 학원을 이용해도 된다. 대중음악대학이나 서울재즈아카데미같은 1년 내지 2년 기간의 장기 과정도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한국미디어기획연합의 ‘미디 바이블’(가격 2만원)이란 CD-ROM 타이틀을 이용해도 좋다. 컴퓨터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곳 서울재즈아카데미 02-515-7779 대중음악대학 02-274-2439 블라스터 미디 스쿨 02-3149-4940 컴퓨터뮤직아카데미 02-418-7740 미디스튜디오 02-711 8088 키모 02-605-3111 한국미디어기획연합 02-547-0896
대중음반계 '마이더스의 손' 김창환 .... 신승훈, 김건모, 박미경, 클론, 노이즈 등 손만 대면 스타로 만들어버리는 천부적인 능력으로 90년대 우리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음반 프로듀서 김창환. 그의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익히 알려진 베일 속의 스타가 바로 그이다(옛날 이야기지만). 다운타운의 무명 DJ에서 빅 스타 메이커로 변신한 그는 이른바 한국 가요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릴만큼 국내 가요사에 길이 남을 기록들을 연거푸 만들어냈다. 신승훈을 필두로 대중음반 시장을 밀리언 셀러의 대열로 끌어올렸고 김건모에 이르러서는 2백80만장이란 전무후무한 음반 판매량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지휘한 음반들 16장의 총 판매량은 무려 1천5백만장. 한 가정에 적어도 한 장씩은 김창환의 음반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다. 음반업계의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성공의 비결에 대해 유행의 흐름을 읽는 동물적인 흥행 감각과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안목을 첫번째로 꼽는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대중의 구미를 찾아 신속하게 음악에 반영하는 작업들이 과연 그런 능력만으로 가능했을까란 질문에 부딪히면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답은 바로 그의 사무실에 있었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전문 음악 편집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매킨토시 컴퓨터와 미디 키보드, 그리고 IBM 컴퓨터와 연결된 디지털 레코딩 콘솔로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혼자서 대자본의 대기업 음반사들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숨은 무기였다.
이쯤 되면 컴퓨터 음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김창환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컴퓨터 음악이 아니었다면 그가 사용했던 다양한 악기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전에 구사해보지 못한 새로운 리듬을 실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가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대중의 구미에 맞는 신선한 음악을 만들어내 유행을 리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는 DJ시절부터 외국의 앞선 음악들을 많이 접하면서 그들이 사용한 컴퓨터 음악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많은 세션을 동원해서 연습을 해야 하는 어려움, 그에 따르는 비용, 제한된 악기 등 이 모든 불편함을 일거에 해결하고 원하는 소리, 원하는 리듬을 마음대로 혼자서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소리까지 사용해 볼 수 있는 컴퓨터 음악의 ‘전지전능함’에 반한 것이다.
언젠가는 컴퓨터 음악으로 외국의 음악보다 더 앞서가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그는 80년대 초부터 컴퓨터 음악을 본격 준비하기 시작했고, 90년 음반PD의 길로 정식 입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컴퓨터 음악을 도입했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음악의 문을 연 컴퓨터 음악 1세대인 셈이다. 요즘 나오는 음악치고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은 음악을 찾기는 힘들며, 컴퓨터 처리 성능이 향상되면서 어쿠스틱 음악과 컴퓨터 음악의 구분이 모호해져버렸다. 컴퓨터의 뛰어난 모방 능력은 실제 악기 소리를 감쪽같이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하드 레코딩이란 디지털 녹음 방법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스튜디오에서나 가능한 녹음작업까지 컴퓨터에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 음악은 디지털의 장점을 그대로 발휘해 리얼 연주를 할 수 없는 사람도 워드프로세서로 문서를 만들 듯이 악보를 입력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원맨밴드’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컴퓨터가 창조하는 음악의 세계는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 공간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열린 세상이다. 이런 연유로 김창환 씨는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은 컴퓨터 음악의 세계로 뛰어들라”고 말한다.
- 컴퓨터 음악과의 첫인연은?
오래 전에 영국의 듀란듀란이란 그룹이 뉴웨이브란 음악을 내놓았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첫 대면에 운명같은 강한 전율이 느껴졌고, 그 때부터 컴퓨터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독학이었다. 컴퓨터 음악을 가르쳐 줄 학교도 없고 선배도 없는 컴퓨터 음악의 황무지 시대였으므로 외국의 관련 서적들을 뒤적거리며 수없이 손으로 두들겨보는 수밖에 없었다.
- 컴퓨터를 언제부터 음악에 활용하기 시작했나?
음악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90년도부터 컴퓨터를 활용했는데, 국내에서는 첫 시도였다. 전자악기간의 음악정보 교환규약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미디(MIDI,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규약이 처음 정해진 것이 80년대 초이고 이 때부터 해외에서는 컴퓨터가 음악에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10년 정도 늦게 보급되기 시작한 셈이다.
- 컴퓨터가 음악에 도입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컴퓨터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사람이 각각 피아노, 섹스폰 등 악기를 직접 연주해야 했지만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컴퓨터가 모든 악기들을 연주하고 통제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컴퓨터를 이용해 혼자서 실연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 컴퓨터 음악이 도입되기 전에도 신시사이저란 것이 있지 않았나?
물론 전자합성음을 내는 신시사이저가 있었지만 아날로그 방식이라서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아주 소수만이 신시사이저를 다룰 수 있었다. 신시사이저는 실제 악기 소리를 샘플링한 음원을 사용하는 컴퓨터 음악의 개념과는 달리 여러 개의 소리 파형을 섞어 실제 악기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합성해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용량이 작아 모든 음악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정한 비트를 요구하는 댄스 음악의 경우 정확한 비트를 유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드럼 머신과 연결해서 쓰는 정도였다.
- 컴퓨터 음악을 활용한 작품으로 처음 만든 것이 어떤 것들인가?
신승훈 1집에서 처음 사용했다. 모든 노래를 컴퓨터로 만들진 않았고 50:50 정도 어쿠스틱과 컴퓨터를 병행했는데, ‘날 울리지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돌아와 줘’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컴퓨터 음악이 도입되기 전인 90년도 당시만 해도 대중 음악을 위한 악기의 가지수는 턱없이 적어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수 없었다. 아날로그 악기의 경우는 한 개의 악기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한 악기에서 3백개 이상의 악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원하는 악기를 선택해서 동시에 연주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 컴퓨터 음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어느 음악에나 접목될 수 있는가?
장르에 따라 컴퓨터로 해야 더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 댄스 음악과 같이 박자가 정확해야 하는 음악은 솔직히 컴퓨터 음악이 사람이 하는 연주보다 맛이 난다. 그러나 지금도 메탈이나 록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며 스윙적인 느낌을 살려야하는 재즈도 컴퓨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 흑인음악, R&B나 댄스 뮤직, 유로 댄스는 거의 컴퓨터에 의존하는 편이다.
- 컴퓨터를 이용해 음악을 만들 때 구체적으로 어떤 기종을 사용하나?
처음엔 아타리 컴퓨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매킨토시를 사용한다. IBM 컴퓨터도 많이 사용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매킨토시를 사용한다. 구체적으로는 매킨토시에 미디 악기를 연결하고 직접 연주를 해서 악보를 만들거나 편집 프로그램으로 악보를 입력해서 음악을 만든다. 어떤 이들은 컴퓨터를 배우면 모든 악기 연주도 컴퓨터가 다 해주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컴퓨터는 단지 통제해 주는 기능을 할 뿐이다. 음악이 우선인 상태에서 컴퓨터가 툴로서 사용될 뿐이란 얘기다. 따라서 컴퓨터 음악의 제맛을 느낄 수 있으려면 악기를 한 가지 정도를 다루는 것이 좋다. 나는 주로 기타를 연주한다.
-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하는 미디 악기에는 어떤 것이 있나?
회사마다 다양한데 특히 롤랜드, 코르그, 야마하 제품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대부분 일본 악기들이 주종을 이룬다. 우리나라 미디 악기 중엔 유일하게 영창의 커즈와일이란 제품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일본 제품들을 따돌리고 있다. 롤랜드는 맑고 고운 소리, 코르그는 중후한 소리 등 제품마다 악기 소리별로 음색 차이가 있어서 전문가들은 대개 자기가 좋아하는 음색을 가진 악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 국내에 컴퓨터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있는가?
학원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학의 정식 학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고대 부총장 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왜 고대에 전문 음악학교를 만들지 않느냐는 푸념 섞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부총장께서는 차츰 국내 대학에서도 대중음악 관련 학과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기 시작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내에 대학에 정식 학과가 신설될 것으로 본다고 말씀한 기억이 난다.
- 일본 같은 경우는 미디 잡지 등 컴퓨터 음악에 참고할 만 한 서적들이 많은 것 같던데?
컴퓨터 음악에서 현재 일본은 상당히 앞서 있다. 학원도 많고 전문 서적도 많은 편이다. 일본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 음악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전문가들도 손꼽을 정도로 소수이며 참고 서적도 음악 편집 프로그램의 매뉴얼 북 수준의 책이 몇 종 나와 있을 뿐이다. 한 앙케트 조사의 결과를 보면 요즘 중고생들의 관심테마 1위가 음악이라고 나타난 것을 본 적이 있다. 과거에는 대중에게 있어 음악이란 단지 듣고 즐기는 수동적인 문화였는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음악을 즐기는 경향이 짙다. 이런 현실에서 마땅한 교육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컴퓨터 음악의 초보자로서 자기 음악을 만들어 보려는 사람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기존에 나와 있는 곡을 중심으로 충분히 연습해 보는 것이 좋다. 공개된 미디 음악 파일을 구해 음악 편집 프로그램을 갖고 각 파트 별로 들어 보거나 바꿔 보면서 배워본다. 또 특정한 곡을 반복해서 들어본 다음 똑같이 만들어 보는 연습도 중요하다. 그러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도 느낄 수 있게 된다.
- 어떤 이들은 컴퓨터 음악이 너무 기계음이다, 인간적인 맛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런 얘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처음에 일렉트릭 기타가 나왔을 때 전기의 힘을 빌려서 기타의 소리를 낸다고 해서 굉장히 반발이 많았다. 그러나 일렉트릭 기타는 이미 전세계 음악 전체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점차 인간의 감성에 근접한 컴퓨터가 개발되고 있으니 이런 불만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본다.
-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음악을 추구하는 최근의 언플러그드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플러그드는 우리나라에서 잘못 인식됐다. 그것은 하나의 경향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음악의 장르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언플러그드는 플러그를 뽑았다는 얘긴데, 즉 컴퓨터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변화를 주기 위해 플러그를 빼고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서 생긴 말이다. 그러나 음악에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다. 요즘은 일반 PC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컴퓨터 음악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 그럼 컴퓨터 음악에는 단점이 없는가?
물론 있다. 표절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최대의 단점이다.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표절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절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컴퓨터 음악의 영향이 크다. 특히 외국에서 들여오는 샘플 CD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저작권 도용의 문제가 많이 야기된다.
- 끝으로 음반 PD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반 PD가 되려면 일단 음악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테크노에서 재즈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해야 된다. 그러려면 가리지 말고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창작을 못해도 음반PD가 될 수는 있다. 영화감독이 카메라를 잘 다루지 못해도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얘기다. 컴퓨터 음악에 관해 열심히 배워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보 휴지통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음악 장비 구입 가이드
컴퓨터 음악은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인도 적은 비용으로 컴퓨터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컴퓨터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비싼 전문가용 미디 장비들을 살 필요없이 미디 음원을 내장한 사운드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제이씨현의 사운드 블라스터 AWE32이상이나 훈테크의 사운드트랙97 PnP, 한솔전자의 시너비트32PnP가 모두 미디를 지원한다.
좀 더 좋은 소리의 음악을 원하는 사람은 롤랜드의 사운드캔바스 시리즈 외장 음원 중 하나를 사는 것이 좋다. SC55 모델의 경우 중고 시장에서 2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외장음원은 추가로 5-10만원대의 미디 인터페이스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음악 편집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케이크워크를 준비하면 된다. 오선지 입력이 익숙한 사람은 PC통신에서 셰어웨어인 노트워디(NoteWorthy)나 모짜르트(Mozart)를 구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 준비되면 음악 작곡, 편곡, 듣기 등 일단 기본적인 컴퓨터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건반 연주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여기서 리얼 연주나 리얼 음악 입력을 위해 미디 키보드(마스터 키보드)를 구입해야 한다. 초보자는 49건반 정도가 무난한데 국산 제품은 1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키모 사의 ‘KM-110’(가격 12만원)모델의 경우 보예트라 사의 유명한 미디 편집 프로그램 ‘미디 오케스트라 플러스’를 제공하고 단종되긴 했지만 LG전자의 ‘GMK-49’는 사용하기 편리하며 중고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단 컴퓨터와 미디 키보드를 연결하는 미디 케이블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미디 음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미디 교육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단기과정으로는 제이씨현의 블라스터 미디 스쿨이나 관련 전문 학원을 이용해도 된다. 대중음악대학이나 서울재즈아카데미같은 1년 내지 2년 기간의 장기 과정도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한국미디어기획연합의 ‘미디 바이블’(가격 2만원)이란 CD-ROM 타이틀을 이용해도 좋다. 컴퓨터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곳 서울재즈아카데미 02-515-7779 대중음악대학 02-274-2439 블라스터 미디 스쿨 02-3149-4940 컴퓨터뮤직아카데미 02-418-7740 미디스튜디오 02-711 8088 키모 02-605-3111 한국미디어기획연합 02-547-0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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