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사이저는 1896년 테데우스 카힐Thaddaus Cahil이 발명한 텔하모니움Tellhamonium이 시초다. 하지만 이 당시 신디사이저는 무려 200톤이 넘었고 이를 운반하기 위해선 철로 화물차 여러 대가 필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디사이저를 실용적으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드디어 코넬 대학 출신의 물리학 박사 로버트 무그Robert A. Moog가 1965년 마침내 '무그III'란 이름의 신디사이저를 만들어 낸다. 진공관식이 아닌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소형 신디사이저 무그의 개발은 이후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으며 록 뮤직은 물론 대중음악의 핵심요소로 자리잡았다.
애초 사람들은 신디사이저가 음향효과나 전위적인 실험 음악에 한해 쓰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보기좋게 뒤엎은 월터 카를로스Walter Carlos의 의 대성공은 무그의 음악적 효용과 가치에 전환점이 되었다. 이 앨범은 클래식 차트를 석권하며 100만장 이상이 팔려 나갔고 1969년의 그래미상 3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록에선 70년대 핑크 플로이드, 이엘피EL&P 따위의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들이 앞다퉈 신디사이저를 도입했다. 특히 이엘피의 키스 에머슨Keith Emerson이나 예스Yes의 릭 웨이크만Rick Wakeman은 능란한 신디사이저 사용으로 정평이 나있다. 소울쪽에선 스티비 원더가 일찍부터 신디사이저를 이용했다.
7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폴리포닉Polyphonic 신디사이저와 이를 제어하는 아이콘이 상품으로 나오자 신디사이저를 사용하는 뮤지션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그때까지 단음으로 멜로디를 연주하거나 변형시킨 음색을 합성한다든지 하는 경우에만 이용되던 신디사이저가 리듬악기로서 부각되었다.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조지오 모로더 들이 먼저 디스코에서 이 악기를 적극 도입해 성공을 거둔다. 디스코 음악 특징 가운데 하나는 리듬이 광적이지 않으며 부르기 쉽게 반복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컴퓨터를 통해 신디사이저를 자동 연주시키는 방법이 디스크 쪽에서 특히 애용되었다. 컴퓨터 제어에 의한 기계리듬은 인간 감각을 사물화 획일화시켰다. 그러나 이는 음악의 감각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미쳤다는 식으로 간단히 몰아붙일 수 있는게 아니다.
컴퓨터 제어 음악의 출현은 이전까지 록이 맹목적으로 혹은 무비판적으로 숭배해온 육체 리듬을 매장시켜 버리는 대변동이었다. 이로써 록이 가지는 원시적 생동성과 건강성은 빛을 잃는다. 그렇지만 기존 록과 퓨전 재즈가 본성을 잏고 무너져 가는 양상을 격렬히 비난했던 펑크록이나 뉴웨이브 뮤지션들이 이런 컴퓨터 신디사이저에 강한 관심을 보인 것은 매우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뉴웨이브 초기 울트라복스Ultravox, 게리 뉴만Gary Numan, 카바레 볼테르Cabaret Voltaire 들의 신디사이저 음악 속엔 육체리듬과 기계 리듬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대극성이 느껴졌으며 때론 펑크적인 폭력성까지 감지하게 했다. 이 무렵부터 주로 신디사이저에 의해 사운드를 구성하는 음악을 일렉트로닉 팝electronic pop이라 부르게 된다. 최근 들어 기계 리듬을 강조한 음악이 부지기수로 쏟아지고 있다. 또 신디사이저를 여느 악기처럼 별다른 생각없이 남용하는 경우도 늘어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디지털 신디사이저가 등장해 어느게 신디사이저 음인지 현실음인지 구별하기가 난처해지곤 한다. 록시 뮤직 출신 브라이언 이노나 토마스 돌비Thomas Dolby 들과 같이 신디사이저와 컴퓨터를 접속한 스튜디오 자체를 하나의 악기로 간주하는 뮤지션도 생겨났다. 우리는 이에 대해 단순히 찬성입네 반대입네 하기가 어렵다.
최근 유행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의견을 따르는 평론가라면 더 이상 현실세계를 음악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낳은 결과라 편들지도 모른다. 이제 무엇이 더 현실이라 보증할 수 있으며 또 그 현실을 반영하는 음악이 뭣이란 말인가. 그러나 다른 쪽에선 인간주의를 내세운다. 그래서 신디사이저에 의한 음악 주체와 개성의 말살을 규탄하고 대단히 싫어하기도 한다. 어려운 문제다. 서동진 씀(punk77.com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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